[기획특집] 나주시, 나주 배 명성 회복에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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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나주시, 나주 배 명성 회복에 잰걸음
  • 최용진 기자
  • 승인 2020.04.14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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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배 특구 지정 계기, 배 산업 고도화에 총력
-노후화된 생산‧유통시설 현대화, 해외 수출 시장 확대
-배 가공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나주=강산뉴스】 최용진 기자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은 환희 비추고 은하수는 돌아서 자정을 알리는 때에… ’고려시대 후기 문신 이조년의 평시조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의 첫 구절이다.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이 비치는 봄밤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노래했다. 다정가(多情歌)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고려시조 가운데 문학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히는데 흐드러지게 핀 배꽃 아래 모여든 상춘객들에게 낭만을 선물한다.

배꽃이 필 무렵 전라남도 나주시에서는 한 해 배 농사 풍년을 기원하는 ‘배신제’ 봉행 행사가 열린다. 제례는 전통 향교 제향방식을 따른다. 제를 주도하는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외에도 시민들은 참례(參禮)하며 한해 배 농가의 풍성한 결실을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나주? 아, 나주배!’

나주는 ‘배’의 고장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배를 생산하는 최대 주산지다. 2019년 기준 나주 지역 배농가수는 2,192농가로 작년 생산 물량만 47,952톤으로 전국 배 생산량 점유율이 20%에 달한다.

나주배는 나주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경제 전반을 관통하는 상징적 존재다. ‘나주는 모르지만 ‘나주 배’는 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주배 유래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1454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 ’나주목의 토공물(土貢物) 목록에 ‘나주배’가 포함돼있다. 호남읍지(1871년 발간)에서는 나주배를 임금에게 바친 진상품으로 소개한다.

근대적 배 재배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일본인들이 금천면에서 만삼길 품종 100그루를 식재한 것을 계기로 신고, 금촌추 등 타 품종이 들어왔다. 이후 송월동에 거주했던 이동규 씨가 1913년 상업 목적의 첫 과수원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건강 과일로 으뜸’

나주배는 건강 웰빙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고전 의서에서는 나무뿌리부터 열매껍질까지 버릴 것 없는 알짜배기 과일로 소개한다. 중국 의서 본초강목은 ‘폐를 보하고 신장을 도우며 담을 제거하고 열을 내리며 종기의 독과 술독을 푼다’고 했다.

특히 기관지 건강에 특효다. 허준은 동의보감에 '기침, 감기, 천식 등 환절기 질환에는 즙을 내어 복용하면 열이 있는 기침, 천식을 다스리고 열로 인한 목과 코의 통증해소에 좋다'고 배의 효능을 저술했다.

작년 배로 만든 음료가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각종 언론매체, SNS를 통해 전해지며 배 주스 5만개가 호주로 최초 수출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지역과 동주(同州)도시, 자매결연 지자체에 배즙 1천여 박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나주 배 산업의 위기’

임금에게 바쳤던 진상품, 차례 상에 빠지지 않는 과일, 건강에 탁월한 세계적인 명품 농산물로 통하는 나주배지만 그 명성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다.

주요 요인으로 단일품종 재배에 따른 특정시기 홍수출하, 관행적 생장촉진제(지베렐린) 처리, 소비자 트랜드 개발 부진, 해외 과일 수입 확대, 이상 기후에 따른 냉해피해 등이 꼽힌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중생종인 신고 품종 재배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특정시기(10~11월) 홍수출하에 따른 수급 불안정은 고질적인 문제다.

추석 명절 가격상승 기대심리로 인한 출하물량 초과와 생장촉진제 사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시급한 숙제다. 생장촉진제 처리 배는 경도가 낮아 유통과정 중 쉽게 물러질 뿐만 아니라 식감, 당도, 저장성 저하 등 품질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타·수입과일에 비해 비싼 가격, 낮은 당도, 먹기에 불편하다는 점 등도 소비 저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주 배 명성 회복에 총력’

나주시는 지난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금천면 일원 28,753㎡면적의 ‘나주 배산업 특구’로 지정됐다.

전국 생산량의 20%를 점유하는 최대 주산지이자 배 재배의 최적지로서 지역을 선도하는 성장 동력 육성과 배 산업 고도화를 위한 각종 규제특례를 통해 농가소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중장기 배 산업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나주시는 배 산업 활성화를 위한 큰 틀에서 ‘나주 배 브랜드 가치 향상’과 ‘판로 확대’를 꼽는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연초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고품질 배생산과 유통시설 현대화를 강조했다.

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원예산업 종합계획을 통해 노후화된 산지유통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1년까지 금천농협을 포함, 5개소 현대화사업에 169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노후화가 심한 배원협 금천선과장의 부덕동 선과장 이설이 진행 중이다.

소비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지향적 신품종 개발과 재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소비 기호를 맞춰 신고배 위주의 배 재배를 국내 육성 품종으로 전환해 수요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나주배 소포장재 유통활성화 사업에 1억원을 투입, 배원협, 거점APC에 5kg이하 소포장재 제작비, 선별비 등을 지원한다. 생장촉진제 무처리 농가 재배농가 계약 출하사업에도 3.5억원을 투입, 생장촉진제 무처리배 봉지, 선별·포장비 등을 각각 지원한다.

또 국내 육성 배 품종 매취사업을 통해 ‘신화’, ‘창조’ 등 국내 육성 품종 출하 시 수매가 대비 비싼 가격에 전량 매취하고 국내 육성 품종 재배를 위해 품질과 생산성이 낮은 부적지 과원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시장 공략, 고부가가치 산업에 주목’

나주배는 1929년 조선박람회에 출품돼 동상을 수상하며 나주를 대표하는 농산물로 유명세를 탔다. 나주 배는 대만에서 시작해 미국,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 판로를 넓혀가며 오늘날까지 세계적인 명품 과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해 3천톤 규모의 나주배가 수출길에 올랐다. 나주시는 올해 수출 목표치를 3500톤으로 잡았지만 최근 저온 서리 피해 규모가 작년보다 증가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주목할 것은 나주배원협이 올해 배 94톤 수출을 목표로 최초 캐나다 시장 공략에 나선다.

시는 수출물량 확대를 위한 기반시설 육성과 지원에 주력한다. 전체 72%수출 점유율을 차지하는 미국을 비롯한 대만, 기존 수출국가에서 동남아 신규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나주배 수출전문단지 육성과 계약출하사업을 추진하고 브랜드 수출전용봉지, 저온 저장비, 물류비, 수출차액 등을 지원한다.

체계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수출 전문 에이전트를 운영, 전라남도, 수출 유관기관 등과 함께 대규모 해외 판촉행사를 3~4회에 걸쳐 계획 중이다.

배를 활용한 가공제품 개발 등 고부가가치 창출에도 힘을 쏟는다.

배즙에 치중된 가공제품의 다양화, 차별화를 목표로 이화쌀케이크, 배구움빵 등 새로운 가공제품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나주시 천연색소산업화지원센터를 통해 2018년 출시된 비트를 품은 나주배칩에 이어 다양한 요리에 맛을 내는 배 농축액, 배 석세포를 활용한 미용 비누 등을 개발 중에 있다.

나주배 와인 출시를 위한 보해양조와의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난 해 11월에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한국콜마와 함께 나주 배를 활용한 미용‧건강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 맥도날드는 봄철 아이스 음료 메뉴로 나주 배로 만든 ‘배 칠러’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업체는 배 칠러 출시로 연간 약 164톤에 달하는 나주 배가 소비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1992년 개관한 국내 유일의 ‘나주 배 박물관’도 시민에게 친근한 문화‧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박물관은 단순 관람형 콘텐츠에서 벗어나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궁중음식 배숙 만들기’, ‘배 수확’, ‘배 시식’ 등 다양한 문화체험 콘텐츠를 운영해 박물관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나주 배를 보성 녹차밭, 담양 대나무밭과 같은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를 목표로 자생 배나무 문화재 지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한 나주 배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제정으로 나주배의 적정생산과 품질향상 및 유통질서 확립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주 배 명성을 되찾기 위한 재배, 생산, 홍보, 유통, 판로에 이르기까지 관련 정책들을 꼼꼼히 챙겨 배 산업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가겠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최근 이상 저온 현상으로 고심하는 배 농가를 방문해 농업인의 애로사항을 꼼꼼히 청취하고 있다.

배 개화기 내습한 꽃샘추위에 의한 저온 현상으로 대규모 '착과 불량'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시장은 “생육초기 배 착과율 상승과 정형과 생산을 위해 농가의 신속한 대응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저온 피해를 본 과수 농가지원을 위해 정부, 전남도와 협의를 통해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격려했다.

youngjin66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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